서법(書法)은 사람마다 전수받을 수 있지만, 정신과 흥취는 사람마다 자신이 스스로 이룩하는 것이다. 정신이 없는 글은 그 서법이 아무리 볼 만해도 오래 두고 감상하지 못하며, 흥취가 없는 글은 그 글자 체(體)가 아무리 아름다워도 고작 글씨 잘 쓰는 기술자라는 말밖에 듣지 못한다. 흉중(胸中)의 기세(氣勢)가 글자 속과 행간에 흘러나와 혹은 웅장하고 혹은 넉넉하여 막을래야 막을 수 없어야 하는데, 만일 겨우 점과 획에서만 글씨의 기세를 논한다면 아직 한 단계 멀었다 할 것이다. 추사 김정희(秋史 金正喜)